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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경오기 2011. 2. 12. 00:55

가끔 아주 가끔

마음이 울적하고 생각이 복잡해질 때 소설을 찾게 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소설 속에 드리워진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함께 울기도, 웃기도, 고통과 아픔에 진저리쳐보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주변인이 되기도 하고

소설속 화자들과 기쁨과 아픔, 시련, 고통과 맞서 시름하다 보면 어느새 한 뼘의 키 만큼이나 성숙해진 내가 보인다.  

 

신간소개코너에서 보았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장편소설)

를 오래도록 머릿속에 간직해 놓았던 모양이다.

졸업생 몇몇에게 전해줄 도서를 사러 갔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어 아무 생각없이 계산을 해버렸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그 감정과 정서들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기도 하여

상념속에 잔재하는 기억들을 지우기위해 안감힘을 해야 했던 소설 속 이야기들이

우리들이 경험한 시대와 환경의 초상과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상실과, 이별과, 때론 정의와 맞서며 아주 힘센 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우리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던 시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마치 우리가 맞섰던 시대와 사상과 힘들이 내가 가져야 했던 것인양 

되물림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숙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잃어가고 있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고민하고, 갈등하며, 개혁하고자 했던 무수히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말고 쟁취하라고, 그것이 청춘, 젊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라고...

시대와 타협하고 나면 순수와 진실은 잃게 되고

대충 현실과 물질만능과 부와 권력과

소중한 '나'를 잃는 거라고...

그렇게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이렇게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지막세대라는 것이 한없이 서글퍼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