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의 군 입대를 지켜보며...

경오기 2011. 10. 5. 00:54

군 입대 열흘 남짓 남겨두고 입영통지서가 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술병(의무병) 합격과 아울러 입영통지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날부터 아들의 생체리듬은 저조기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진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명령과 복종만이 있는 갇혀진 세상 같은 느낌 때문에 더 두려웠으리라

무수히 떠도는 루머와 진실들이 불안을 가중시켰고

급기야 세상 어떤 즐거움도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는 별천지와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불안과 초조는 그 순간에 놓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기분이리라는 직감이 왔으므로

애써 아는척도 앞서 추측도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기분전환시켜보려 한마디 건네는 것마다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가 되곤 하였다.

순간 순간 엄습해오는 '입대' 라는 단어가 아들을 얼마나 초조하게 하는지 난 아마도 평생 모르리라.

그러나 아들의 심란한 표정 속에서, 지인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 전화하여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큰 결심과 결단을 내리고 있는가를 느끼게 된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

조금이라도 초조해하는 아들의 기분을 유머로 풀어보려고

"아! 내가 비로소 나라를 지키러 가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그런 사람이 어디있어"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국가가 내게 해 준게 너무 많아서 그게 너~무 고마워서"

했더니

"~~~~" 삐리리 못알아들을 말들을 한다.

아~ 놔!

정말 입대하는 그 마음들이 그것으로 가슴터질 것 같은 들뜬 심정으로 훈련소를 향하여 go! go! 하는 바람이다.

 

훈련소에 거의 도착할 즈음

소화 잘되고 기분 up 시켜 줄 만한 메뉴를 찾아 주차를 하고 음식점엘 들었다.

우리 아들과 같은 머리들이 방 한가득이다.

그들을 보는 내 마음이 왜 아릴까!!!

핑도는 눈물을 꾹꾹 눌러 참는다.

 

불낙을 시켜 말 없이 먹으며...

잘 적응하기를 기도한다.

 

입소시간

스크린을 통해 입영에 대한 안내와 훈련소 생활 전반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고 있었다.

태연한 척 자리 한 곳을 잡아 또 태연한 척 스크린만 쳐다본다.

 

잠시 후

아들을 보내야하는 부모마음을 실은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다.

"oo야 잘 하리라 믿어" 등등 아들과 부모가 주고 받는 대화를 연습시킨다.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을 놓고 싶은 어미가 어디 있으랴

그 손을 놓고 싶은 아들이 누구랴

눈물 맺힌 눈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애꿎게 잡은 손만 꽉 쥐어본다.

 

이제 집합이다.

잡은 손 놓지 않으려고 더 꽉 잡았다.

어찌 그 손을 놓고 가리요.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군대)에 소속되었음을 알리는 시간.

잡은 손을 놓고 몇 개의 계단을 뛰어 집합장소로 뛰어가는 아들을 바라본다.

 

누구를 위한 리허설...

군악대의 축하와 함께 입소식을 마치고

마지막 행진이다.  

소리치는 부모얼굴을 헤집어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한 채

집합장소를 떠난다.

 

그렇게 아들을 국가의 부름에 바치고 돌아온다.

 

생애 중에 몇 번에 걸치는 독립 중 가장 큰 두려운 독립

생존하기 위한

적응하기 위한

강하기 위한

험난한 세상 풍파에 잘 견디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또한 아프다.

자녀의 독립을 위해 부모는 몇 번의 아픔을 견뎌야 한다.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슴 터질듯한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들을 자녀들은 견뎌야 한다.

 

그렇게 부모와 자녀가 서서히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