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가수 수잔 보일

경오기 2010. 3. 9. 10:34

 

 

 

48년을 기다린 평생의 꿈

전세계를 감동시킨 천상의 목소리



수잔 보일

I Dreamed A Dream



1월 21일은 수잔 보일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에요’ 라고 그녀는 켈틱 사투리로 이야기 한다. 그 날은, 수줍은 48세의 이 여성이 글래스고우에 있는 스코틀랜드 컨프런스 센터의 무대에서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의 오디션을 본 날이다. 다시 말하면, 이 날 그녀의 세상은 180도로 변했다. 세 명의 가혹한 심사위원들이 그 해 영국의 가수 희망자들이 진정으로 재능이 있는지 평가하고 있을 때, 수잔 보일의 목소리가 눈물 어린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심사위원도, 그녀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 순간은 그녀와 그 TV쇼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훗날 5월에 방영되어 3분 30초 동안의 방영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수잔 보일은, 새로운 종류의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녀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대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그녀는 이런 탤런트 쇼의 규칙을 모조리 바꾸고, 팝 음악 마케팅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우연이긴 하지만, 그녀는 놀라울 만큼 다양한 소시민들의 복수의 상징이 되었다. 그녀는 이 놀라운 2009년에 대해 간단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제가 한 건 그저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 뿐이었어요. 선택 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죠. 간단히 말하면 그렇죠.’ 그러나 대중들의 의식에서는 더 깊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21세기의 2개의 암호가 ‘리얼리티’와 ‘셀레브리티’ 라면, 수잔 보일은 우연하게 그래프에서 이 두 단어가 교차하는 구간 내에 새로운 점을 찍었다. 영국에서 잊혀진 이 캐릭터가 이렇게 기억될 수 있었던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수잔 보일이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한번의 오디션을 통해 심사위원, 관중들, 그리고 유튜브에 접속해 그녀가 부른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들은 사람 모두를 놀래킨 이후로, 그녀에 대한 리플, 견해, 추측들은 열병처럼 퍼져나갔다. 3억 건의 유튜브 조회수는 지금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녀는 많은 신문 칼럼의 주제가 되었고, 잡지 커버에 등장하는 센세이션이 되었다. 21세기 영국의 스타 제조기에 걸맞지 않을 듯 했던 이 지원자는 인터넷 서버 다운을 일으키고, 엄청난 양의 신문기사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헐리우드의 A 리스트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각기 내용은 많이 달랐지만, 한 측면에서 자신을 인정하는 이 작은 주부에 대해 모두가 내놓은 생각은 일치했다. 2009년 수잔 보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의견의 자유였던 것이다.


잠깐의 순간에 사람들의 허영심 그 자체는 무너져 내렸다. ‘책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옛 격언이 세상에 퍼지 듯, 세상은 다른 무엇 보다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것에 대한 소리 없는 사과를 한 듯 했다. 잠시 새로운 판단의 기준이 강조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수잔 보일이 잠시 우리의 변덕스러운 예상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콘이었을 지도 모른다. 수잔 보일의 이야기가 역사에 오래 남을 수 있으려면, 그녀는 잠시 동안 세계적인 반성의 시간을 준 상징이었다는 것 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처음 우리의 의식에 자리잡은 바로 그 방법으로 그녀의 재능을 증명할 것이다. 섬세함과 힘, 아름다움과 고독의 가공되지 않은 배합인 그녀의 목소리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수잔 보일의 이야기는 영국 전역의 합창단에 있는 여성의 목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고향인 블랙범에서 그녀는 교회와 합창 모임에서 노래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배우는 것이 느린 수줍은 여성이고, 집단 속에 자신을 묻고 노래하는 것이 그녀에게 많은 위안을 줬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 만의 독창성을 가지는 것이다. 합창단 안에서 가장 두드러지지 않던 한 목소리가 앞으로 나와 난간에 얼굴을 내밀고 세상에 알려지고자 한 것이다. 수잔 보일에게 있어서 이러한 행동은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개인적인 영웅주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녀의 공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선동적인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그렇지만, 가장 놀랐던 사람은 그 중심에 있었던 여성이었다. ‘[스코틀랜드 신문]의 기자가 제 집을 방문 하면서 시작 되었어요. 그리고는 전세계의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위해 제가 가는 동네로 왔죠. 저는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면서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 번호가 전화번호부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누구든 제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고, 24시간 동안 전화벨은 멈추지 않고 울렸어요. 계속 울렸죠. 악센트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전화가 왔어요. 온갖 국적의 사람들. 많은 미국 사람들. 솔직히 말하자면,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녀로 인해 일어난 이런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그녀는 지나치게 겸손하게 말한다. ‘이상한 헤어스타일, 지저분한 눈썹에 제가 입는 그런 옷을 입은 여자가 있으면 알아보지 않고 지나치기 힘들죠. 안 그래요?’


최근의 TV 스타 시스템이 그렇듯, TV 데뷔 이후 4개월이 지난 9월에 수잔 보일은 TV에 다시 컴백한다. 그녀는 ‘America’s Got Talent’에서 롤링스톤즈의 ‘Wild Horses’를 재해석해서 선보였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이 잘 드러나게 재구성해서 말이다. 자발적인 기립박수가 뒤따랐다. 그녀의 유명세를 떠나서, 수잔 보일의 목소리에는 지금 이 시대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무언가가 있다. 데임 베라 린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앨범 차트의 정상을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데뷔도 하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 예약 주문을 받은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언가 확실히 동시대적인 것이다. 그녀가 일으킨 이슈가 잠잠해지면, 사람들이 말하듯, 이제 음악을 정면으로 대할 시간이 올 것이다.


수잔 보일의 앨범은 올 여름부터 제작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지난 7월에 보이스 체크를 위해 에딘버러의 스튜디오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그 결과는 그녀는 물론, 베테랑 프로듀서인 스티브 맥까지도 놀라게 했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2달 동안 앨범 작업에 몰두해, 그녀와 어울리고, 그녀의 내면을 자극해 노래로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낀 곡들을 선정했다. ‘저에겐 노래로 부르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라고 그녀는, 음악이 일상생활의 유용한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부터 밝힌다.


성스러운 곡(‘제 믿음은 제 척추와도 같아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과 대중적인 곡들이 부드럽게 혼합된 이 앨범은 끊임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그 곡들은 그녀가 그 곡을 즐긴 시대, 또는 그 곡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시대에 맞게 구성되었다. 그녀의 오리지널과 커버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근 10년 가장 인기 있는 TV 장르인 리얼리티 쇼에서 만들어진 가장 흥미 있고, 또 즉각적으로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 한 여성 캐릭터의 삶에 깊이 들어간다.


그녀가 아파하면 듣는 이도 아프다. 마돈나의 ‘You’ll See’에 대한 그녀의 열정적인 재해석은 어린 시절 그녀를 따돌렸던 친구들에 대한 반박이다. 신곡인 ‘Who I Was Born To Be’는 불평등에 대항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고백한 곡이다. 그러나 그녀가 꿈꾸면 우리도 꿈꾸게 된다.  첫 오디션부터 자신에게 너무도 잘 맞는 곡을 선정한 재주가 있는 그녀였기에, 결국 수잔 보일이라는 이름은 ‘꿈’이라는 단어의 동의어가 되었다. ‘I Dreamed A Dream’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더 이상 놀랍지 않을 것이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할 것이다. ‘Daydream Believer’의 컨트리 발라드 버전은 그녀가 ‘꿈’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해준다.


이것이 수잔 보일의 이야기이다. 삶이 쥐어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꿈꾼 겁 없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탈출할 기회이다. 색다른 곳으로 가는 지하통로의 중추역할을 하며, 가끔은 상상의 범주를 벗어나 존재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장소에서 꽃필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 이것이 수잔 보일의 이야기이다. 이렇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었다. 그녀가 꿈꿀 수 있다면, 당신도 꿈꿀 수 있다.





인물 수잔보일.hwp
0.02MB

'peop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매맺음에 감사  (0) 2014.09.06
[스크랩] 이해인 수녀가 故박완서 선생님께 쓰는 마지막 고별시  (0) 2011.02.13
닉 브이치치  (0) 2010.12.24
상담사  (0) 2010.10.21
STEVE MCCURRY (스티브맥커리) -사진작가-  (0) 201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