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신분석

피부접촉의 결핍과 과도한 자극으로의 심리적 병리

경오기 2011. 5. 10. 23:11


 

Ⅰ 서론

1. 피부자아 학습 배경

2. 디디에 앙지외의 출생과 성장


Ⅱ 본론

1. 자아의 의미로서의 피부

 1) 자아는 피부이다.

 2) 피부자아의 구조 및 기능

  (1) 피부의 역할

  (2) 심리적 포만감을 채워주는 젖가슴

2. 대상관계와 보조적 싸개

 1) 대상관계와 심리 구조

 2) 결핍에 근거한 심리적 병리

 3)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

  (1) 중간대상

  (2) 발달 과정과 부모의 돌봄

3. 경계성 장애와 자기애적 성격장애

 1) 경계선 장애

 2) 경계선 장애의 발생

 3)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장애의 구조적 차이

 4) 자기애적인 환상 속에서 왜곡된 대상관계

 5) 믿음의 장애들과 경계선 장애

4. 치료적 관점

 1) 충분한 허용과 기다림으로 닫힌 마음 열기 

 2) 치료하시는 하나님 


Ⅲ 결론

 1.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의 상실 공포

 2. 상처 입은 치유자로부터의 부르심


참고문헌

 

 

 

Ⅰ 서론


1. 피부자아 학습 배경

  ‘피부자아’ 책 제목이 주는 단어의 의미에서 느껴지는 ‘피부’의 친숙함과 ‘자아’의 정신적인 단어의 조합이 ‘신체와 심리의 조화’ 사람을 하나의 개체로 봤을 때 결코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의 연관성을 느끼게 한다.

  한 생명의 탄생은 세상의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만 했던 태내에서 차가운 공기, 너무 밝은 빛, 낯선 소리들과의 접촉인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가 태어나는 곳이 어떤 공간과 환경이든 관계없이 부드럽지 않은(양수로 싸여 있던 아기에게는)손길들이 그의 피부를 만지게 된다. 아기의 쓰라림, 따가움, 피부를 너무 세게 누르는 것 같은 압박 등의 느낌은 자기를 어떻게 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감지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했던 아기에게 가장 친숙한 엄마의 숨결은 다시 찾아주지 않을 것처럼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피부로 만나는 세상의 첫 느낌은 그에게 공포, 고통, 불안, 두려움의 정서를 경험하게 한다. 양수에서 빠져 나온 첫 세상, 뻑뻑하고 메마르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곳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외부의 작은 충격도 스스로 막을 막이가 형성되지 않은 아기는 태내에서 경험한 전능한 엄마(아기가 충분히 안도한 후에는 양육자도 포함)와의 관계 속에서 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쾌적하지도 않고 불안하고 두려운 환경에서 아기가 안도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는 그의 곁에 충분히 머물러 있어줘야 한다. 출생할 때 피부의 외상을 경험한 아기는 그 안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더 필요할 것이다.

  아기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전능한 엄마 곁에서라야 그는 안도할 수 있고, 안정할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대상관계와의 적절한 피부로의 만남은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심리자아를 형성해 준다는 것을 이번 학기 ‘가족상담’ 과목에서 깊이 있게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는 정신분석학과 임상심리학 분야 필독서로서 널리 읽히고 있는 『Le Moi-peau(피부자아)』, -디디에 앙지외- 에서 다루고 있는 결핍과 과도함으로 인한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장애에 대한 심리적 병리의 배경 및 대상관계와의 친밀감과 신뢰의 중요성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피부자아‘ 이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충실을 기할 것이다. 교재 속 사례와 그동안 상담했던 내담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2. 디디에 앙지외의 출생과 성장

  심리장치의 중간단계이며,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중간물에 대해 피부자아의 의미를 정립한 개인적으로 생소했던 ‘피부자아’ 이론가 디디에 앙지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디디에 앙지외는 정신 분석가이자 심리학 교수였다. 1923년 파리근교 믈룅(Melun)에서 태어나 1999년 파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부모는 둘 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앙지외가 태어나기 전 첫딸을 임신한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 증세를 동반한 피해망상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기는 태어나면서 탯줄에 목이 감겨 질식사한다. 앙지외를 임신했을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겪었지만, 무사히 태어난 앙지외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그러나 앙지외에 대한 어머니의 ‘보살핌’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녀는 아기에게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다가 금방 그를 내버려두는 무관심으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어떤 때는 아들에게 토할 정도로 너무 많이 젓을 물리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젖 주는 시간을 잊어버리기도 했으며, 바깥바람을 못 쐬게 한다는 이유로 어린 앙지외를 배내옷으로 꽁꽁 싸놓기도 했다. 나중에 앙지외는 자기가 여러 겹으로 싸여 있는 양파 같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p10) 앙지외의 어린 시절 첫 대상인 엄마와의 경험은 위협을 가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안락함을 주기도 하는 대상이기도 한 혼란스럽고 일관적이지 않은 불안한 대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럼에도 앙지외는 심각한 내적 상처들로 고통 받는 그의 내담자들을 감싸주고, 공감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탁월한 정신 분석가였고, 임상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중대한 이론적 공헌을 남긴 사상가였다. 그리고 그의 가족, 동료들, 제자들에게 있어 앙지외는 너그럽고, 인간적이고, 배려할 줄 알고, 신뢰할 만하고, 열린 마음을 소유한 창조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머니의 정신질환으로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간 앙지외가 이처럼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항상 아껴주고 지지해주고 키워준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대신한 아버지와의 친밀하고도 따뜻한 관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의 개인적인 아픔을 승화시켜, 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는 적극적인 정신분석가가 될 수 있었다.(p13) 앙지외가 어머니의 건강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고 배려하고 감싸주고 신뢰를 얻는 등 인간적인 모습으로 성장하였다는 것은 사실은 초기 양육대상이 어머니로 한정하는 것 -그러나 탄생 후 일정기간 어머니의 숨결, 냄새, 목소리를 통하여 안도할 수 있을 때까지(앙지외도 일정기간 어머니와의 접촉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 을 해제하게 한다. 자아가 형성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닐지라도 따뜻하고, 편안한 접촉, 일관적인 관심의 감정과 그에 따른 표정들을 상호 교환할 수 있는 대상의 여부가 중요하다. 또한 안정감 있는 공간들을 제공할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Ⅱ 본론

1. 자아의 의미로서의 피부

  1) 자아는 피부이다.

  일찍이 프로이트가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자아’를 끌어내려 신체와의 연관성 속에서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듯이 디디에 앙지외는 ‘자아는 피부(皮膚)’라는 당시로서는 전복적인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앙지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피부’라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자아’를 재현하고 있다. 즉 누군가가 나의 피부를 만지는 것을 느끼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자아’는 탄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피부’는 피부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하나의 은유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다. 피부가 신체를 감싸듯이 자아가 심리 전체를 감싼다는 의미에서 앙지외는 자아를 피부에 비유하고, 그러한 특성을 강조하여 ‘피부자아’라는 용어와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앙지외는 피부자아를 ‘심리적 싸개(eveloppes psychipues)'의 개념으로 확장한다. 여기서 ’싸개(envelpppes)'라는 용어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감사고, 포장하고, 둘러싸준다는 의미에서 ‘싸개’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p13~14)


 2) 피부자아의 구조 및 기능

(1) 피부의 역할 

  피부는 귀보다는 못하지만 시간을 판단할 수 있고, 눈보다는 못하지만 공간을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을 조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피부뿐이다. 피부는 멀어지는 소리로부터 우리의 양쪽 귀가 거리를 측정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자신의 표면으로부터 어떤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인간의 사고와 의지가 대뇌피질에서 유래되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이 시신경상에 의존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지고 검증된 사실이다. 정신생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정보의 수집, 분석, 종합에 의해 프로그램화 되는 뇌의 활동들로 축소하는 경향도 있다.(p21)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은 의식적, 무의식적, 전의식적인 개인 환상의 영속적인 존재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한 개인적인 환상이 심리, 신체, 세상, 다른 심리들 사이에서 수행하는 중간 단계의 역할을 고려한다는 점에 있어서 정신생리학과 사회심리학의 관점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피부자아는 환상의 영역에서 하나의 실재이다. 피부자아는 환상, 꿈 언어, 신체적 태도, 사고의 장애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그리고 꿈, 환상, 성찰, 정신 병리학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p24)

  피부자아는 심리장치의 중간단계 구조이다. 시간순서 상 피부자아는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중간물이고, 그 구조 상, 최초의 융합 상태 속에서 심리의 상호적 포함관계(inclusion)와 프로이트의 2차 지형학에 상응하는 심리적 심역들의 분화 사이의 중간단계이다. 심리의 구조라는 것은 정확하게 정해진 순간에 적절한 경험이 발생하지 않으면 획득될 수 없고, 흔히 왜곡되기는 하지만 피부자아의 다양한 외형들은 기초적인 지형학적 구조의 변형들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그 보편적인 성격이 이미 잠재적인(사전에 계획된) 형태로 심리에 등록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의 실현은, 도달해야 하는 하나의 목표로서 심리에 암시적으로 주어진다. (p25)

  프로이트는 하부체계들의 체계로서 일종의 심리장치 ‘모델’(공식화 되지 않은)을 제안했었다. 이 모델은 구별되는 작용 원칙들에 의해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원칙들이란 현실 원칙, 쾌락-불쾌의 원칙, 반복 강박, 항상성의 원칙, 열반의 원칙 등이다. 피부자아는 여기에 덧붙여 내부 분화의 원칙과 담아주기의 원칙까지 고려하도록 도와준다. 피부자아의 가장 심각한 병리들(예를 들어 자폐적 싸개)은 시스템 이론가들(아틀랑 H. Atlan 참조, 1979)에 의해 대중화된, ‘소음‘에 노출된 개방형 시스템의 자동조절 원리까지 정신분석에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20세기후반의 몇 십 년 동안, 정신분석학은 이미지로 사고할 줄 아는 인재들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었다.(p26~27) 하나의 완숙한 개념이 되기 이전에, 피부자아에 대한 나의 발상은 광대한 하나의 은유이다.(p28)

   자폐인의 내면세계를 자폐인의 시각으로 자세하게 기록한 ’템플 그랜딘‘의 고백을 보면 좀 더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말을 듣거나 글을 읽으면 나는 사운드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총천연색 영화로 번역을 해서 머릿속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돌리듯 돌린다. 나는 시각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를 상상 속에서 구축해 볼 수가 있다.” 사고 패턴이 일반 개념에서 구체적 실례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템플 그랜딘,2005).

 

(2) 심리적 포만감을 채워주는 젖가슴

  ‘젖가슴’은 아기가 겪은 현실 전체를 가리키기 위해서 정신 분석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다. 젖가슴에는 네 가지의 성격이 있는데, 정신 분석가들은 아기와 마찬가지로 그것에 대해서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 네 가지는 젖을 주는 젖가슴, 채워주는 젓 가슴, 접촉할 때의 부드럽고 따스한 젖가슴, 활동적이고 자극을 주는 장소인 젖가슴이다. 이렇듯 혼합되고 전체적인 어머니의 젖가슴은 최초의 정신적 대상이다. (p77)

  신생아는 ‘어머니-젖먹이 관계’를 담아주는 용기-담기는 내용물‘의 관계로 내입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비온이 말한 ’사고들을 사고하는 장치‘에 이르는 ’감정의 공간‘과 ’생각의 공간(젖가슴의 부재라는 최초의 사고는 이러한 부재로 인화 좌절을 견뎌 내게 해 준다) 이 구성된다(비온 Bion, 1962). (p78)

  심리적으로 ‘담아주는 용기’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비온(1962)의 이론적 발견들은 임상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인증의 위험은 구멍들에 의해서 중요한 신체의 내용물들이 흘러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 -비온은 이것을 최초의 불안으로 본다- 과 싸개가 뚫어지는 이미지와 연관된다. 이러한 불안은 조각나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이에 대해서 몇몇 환자들은 다음과 같은 은유적 표현으로 적절하게 묘사하기도 했다.≪마치 흰자에 이어서 노른자도 흘러나오려고 하는, 껍질이 깨진 달걀과도 같다≫(p81)

  피부에는 고유수용성proprioceptive(고유수용성이란 신체 조직 내로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역주) 감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발롱(Henri Wallon)의 사고와 성격 발달에 있어서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피부는 신체의 긴장도를 조절하는 기관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정신분석의 경제학적 의미에서 사고하기, (긴장의 축적, 이동, 방출을 위해 사고들을 작동시키는 것)를 위해서는 피부자아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자폐적 철수 반응을 보이는 올리비에는 혼자서 둥근 물건들만 가지고 놀았다. 수레, 자전거, 유모차 등의 바퀴들을 발견하면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쥐고서 몇 시간 동안이나 자동차 바퀴를 돌렸는데, 그 자동차를 바닥에서 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치료자는 어느 한 순간에 둥근 물체들과 젖가슴을 연관 지어 보았다. 올리비에 어머니는 출산 후 며칠 동안만 젖을 먹였다. 왜냐하면 올리비에가 젖을 빨지 못했기 때문이다.>

  

2. 대상관계와 보조적 싸개

1) 대상관계와 심리구조

  다양한 감각들로부터 비롯된 이런 심리적 싸개들이 서로 끼워 맞추어지고 포개어져서 일종의 심리 장치의 표면으로서의 자아를 구성하고, 이 표면은 나 자신과 세상의 ‘경계’가 된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경험한 앙지외는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은 프로이트가 주로 다루었던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 신경증을 겪는 환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경계선 장애와 성격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낸다(p13).

  프로이트(1923)가 서술한 바에 의하면, 분화된 심리 구조로서의 자아는 내사가 방어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때, 특히 압도적인 불안에 대한 초기 방어 조직으로 사용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단계를 “자아의 전조”라고 부른다. 이 단계 동안 이러한 방어 조직들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내사물의 특정한 발달과 조직화가 일어나야만 한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리비도적 추구의 영향 하에 긍정적 역가를 갖는 내사물은 공격적 추구의 영향 하에 부정적 역가는 갖는 내사물과는 독립적으로 만들어진다. 통합 능력이 결핍된 내사물은(점차 압도적인 불안에 직면하게 되는)자아에 의해서 방어적으로 사용되며, 서로가 다른 역가를 갖는 이 내사물은 분열되거나 해리된 상태로 지속된다. 이것은 부정적 내사물이 자아 전반에 퍼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을 막고, 원시적인 자아의 핵 안으로 긍정적 내사물을 통합하는 과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봉사한다.

  자아의 철저한 구획화와 그에 따른 외부 현실의 구획화를 의미하는 긍정적 내사와 부정적 내사의 분리는 본질적으로 분열이라는 방어 기제의 작용을 가리킨다. 적극적인 분열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초기의 자아 단계에서, 자아는 융합된 긍정적 내사물만을 보인다. 그 긍정적 내사물 안에는 대상 이미지와 자기 이미지뿐만 아니라 초기의 긍정적 부분 대상들이 융합되어 있다. 긍정적인 외적 부분 대상들과 그것들의 정신적 표상 간에는 아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내사(그 안에서 자기 이미지들과 대상 이미지들, 내적 대상들과 외부 대상들이 융합되는)가 외부로 축출되고 나면 분열은 적극적으로 순수 쾌락자아(purified pleasure ego)를 "나 아닌 것“으로 부터 해리시켜 보존한다. 일차적 자아 기구가 발달되고 성숙하면, 어느 한 시점에서 내사물이 발생하며, 이 내사물은 다시 통합된 구조로서의 자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조직자가 된다. 심리 구조로서의 내사물이 어느 정도 발달한 후에 방어적인 목적으로 분리되거나 분열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대상관계 이론과 임상적 정신분석, 오토 F. 컨버그).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생활(학교생활)을 방해받을 정도로 심해서 상담을 의뢰했던 나의 한 내담자(여, 청소년)는 “다른 친구들이 내 속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모두 들키고 있는 것 같아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안해요. 특히 상담선생님은 속을 더 잘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선생님 앞에서 발가벗겨진 채로 앉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내담자의 개인 사정으로 상담이 지속되지 못하고 종결되었지만 내담자의 심한 불안과 대인기피는 분노의 감정, 자기억제, 불안정감, 내적열등, 친구들이 자신을 우습게 여길 것 같은 피해의식, 담임선생님과의 갈등 등의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내적인 자아와 외적으로 보여 지고 싶은 자아와의 불일치가 심하다.

  이 내담자의 사례는 중간 중간 삽입하여 피부자아를 수업하면서 내담자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이해했던 것을 다시금 상기하려 한다.


2) 결핍에 근거한 심리적 병리

  피부와 관련된 매우 풍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는 몬테규(Montagu, 1971)의 저서 「피부와 만지기(La Peau et le toucher)」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일반적인 현상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피부 자극은 신체 기관의 작용과 발달에 대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은 지속된다 - 몬테규는 새끼의 신체기관을 자극하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부추기기 위해 새끼와 피부 접촉을 하는 포유류 어미의 진화과정에 대한 다양한 단계를 다음가 같이 제시하고 있다 : 혀로 핥아주고, 치아로 털을 빗어주기. 손가락으로 이 잡아주기, 사람에게 있어서의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기- 이러한 자극들은 출생 직후부터 호흡, 배설, 면역성, 경계심과 이후의 사교성, 신뢰, 안정감 등 새로운 활동들의 개시를 촉진시켜 준다.

  성 발달에서의 피부 접촉의 효과들 - 파트너 찾기, 자극을 받아들이는 능력, 전희의 쾌감, 오르가즘 혹은 수유의 개시-

  사랑하는 대상을 아주 어린 나이에 박탈당한 고통을 겪은 환자들에게 피부는 일종의 환상의 핵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그들에게 자살은 애정 대상과 공유했던 공통의 싸개를 복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시도된다.(p47,49)

  뒤메닐은 심리적 병리가 결핍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기애적인 추구에만 너무 집착하는 부모에게서 시선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 경우들- 이 경우 아동은 ‘기호 형식’을 상용하지 못하고 그의 자기는 박해적이 되거나 욕동으로 너무 가득하게 된다(아동자폐증과 정신분석,로제 페롱, 2007).

  상담수련 집단에서 서로의 사례를 나누는 중에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40대 초반 여성의 가례가 기억난다. 어린 나이에 양육자와의 관계결핍이 어떠한 불행을 초래하고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는 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40대 초반의 여성, 주부. 개입 당시 알콜 중독으로 수차례의 입원, 약물치료, 정신과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상담은 주로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서 잠을 많이 잤고, 밖으로 나오려는 의지조차도 없었기 때문)로 이루어졌다. 남편이 자기 가족(자기 엄마, 누나 등)들 외에는 관계 맺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 만남이 자유롭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성장배경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운이 시작된다.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출산하면서 바로 남편을 잃었고, 가정의 생계는 그녀 어머니의 몫이었다. 갓 출생한 자녀에 대해 충분한 수유나 피부접촉을 통한 애착형성과 보살펴 줄 여유도 없이 돈벌이를 위해 아침 일찍 나가셔서 저녁 늦게야 돌아오셨다.

  어린 아기는 동네 부녀자들 손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그 중 출산을 하여 젖이 나오는 부녀자들의 젖을 먹으면서 자랐고, 양육자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날 바쁘지 않은 사람 손으로 넘겨지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의 어릴 적 삶은 거칠고 사내다운 모습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가정과 엄마 품을 떠나 여러 사람을 거쳐 양육되었던 그녀의 기질은 다양한 사람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생존 방법으로 다양한 기질을 키웠던 것 같다.

  그녀가 만난(지금의 남편) 남자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을 하였고 새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친모도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하였고, 재혼한 남편이 죽자 다시 전 남편의 자녀들에게로 돌아왔다. 그의 형제들 대부분이 이혼을 하였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면서 그는 환상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은 안정감을 주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내재화시켰다. 자기 안에서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아내상은 다소곳하고 여성스런 가령, 집안에서 화초를 키우면서 조용하게 남편을 내조하는 여성상이 있었고, 안락하고 편한 가정에 대한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분하게 가정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어릴 적 환경으로 인해 형성 된 남편의 성격장애 -폭력, 창녀들과의 변태적인 행동을 집에 와서 그대로 재연하는 등의 성행위를 즐겼으며, 부부와의 관계를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재정 부분에 있어서는 을 자신의 가족들(어머니, 누나)에게는 맡겨도 아내에게는 맡기지 못하는 행동을 함.)- 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더욱 심하여졌고, 결국에는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녀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남편의 이상성격은 더욱 포악해졌고, 아내에 대한 감시 및 억압은 극도에 달했다. 그녀는 네 번의 자살을 시도했고, 그토록 이혼을 거부하던 남편은 무기력이 극에 달한 아내에게 서류상 이혼을 마쳤으니 집을 나가라고 한다. 그녀는 가진 것 없이 철 지난 옷가지 몇 개를 싸 들고 집을 나왔으며, 이후 여관방에서 제초제 약물복용으로 발견되었다.

  가출하기 1주일 전에 내담자와 만났던 상담자는 집단에서 내담자가 무력감이 너무 커서 회복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그 다음 모임에는 그녀가 제초제를 먹었으므로 병원에서 길어야 3~4일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한 주후 모임에 갔을 때에는  그녀의 장례가 이미 끝난 후였다.>

  아내의 알코올중독(알콜중독이외에 성격장애와 같은 행동을 했었다고 한다)과 남편의 경계선장애, 인격장애는 가정의 불화와 불행을 예고했다고 보인다. 이제 그 가정에 남겨진 과제는 청소년기를 겪는 그 가정의 3남매가 역기능적인 가정 내에서의 불안과 어머니의 자살로 인하여 그들도 ‘버림받은 느낌’의 상처와 어머니와의 이별의 감정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들 두 사람의 연애기간이 8년이었다고 한다. 그 동안에도 몇 번의 헤어짐과 재 만남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연애 중에 분명한 성격의 차이를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불안으로 인해 서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주변을 맴돌다 다시 만남을 잇는 등 반복하는 이별과 만남을 거듭한 후에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로의 상처를 잘 다독여 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가슴 아픔 결말을 내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건강하게 형성하지 못한 애착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상호 주고 받으며 아내의 자살로 건강하지 못한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 사례를 들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가 관계에서의 결핍이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으로 인해 대상물로 알코올을 택했고, 그마져도 뜻대로 되지 않자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다.

  ‘가장 온유한 부모이시며 우리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대면해야 한다. 하나님은 마음이 상한 자녀들을 세워 주시고 위호해 주시며 황폐한 마음 가운데로 찾아오실 것이 틀림없다「나는 사랑받고 싶다. p63」’

  그녀야말로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하나님을 알고 있는가를 물었을 때, 종교생활을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종교생활(성당에 나갔다고 함)을 시작했지만 곧 남편의 극심한 반대로 그나마도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어릴 적 대상관계가 전 생애기간 중에 작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대상관계이론가들 중  한 학자인 오토 컨버그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난잡한 이성 관계, 알코올 중독, 우울증으로 인해 아버지의 강권 때문에 정신분석적 치료를 받게 된 2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주된 증상은 난잡한 이성 관계, 알코올 중독, 그리고 우울증이었다. 그녀는 6세 때 어머니를 잃었고, 새어머니는 지배적이고 통제적이며 공격적인 여자로 기억했다. 아버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두 번째 부인에게 꼼짝없이 순종하는 유약한 남자였으며, 그녀는 이 점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는 여러 명의 이복 자매들과 항상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유약한 남자들을 찾아 그들과 성적 관계를 맺었다.

  어머니- 친절하고 순수하며 경이로운 여성의 이미지를 지닌-에 대한 환자의 이상화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계모에 대한 이미지는 적대적인 폭군으로 드러났는데, 계모에 대한 이러한 분노는 그녀가 친 엄마에 대해 느꼈던 오이디푸스적 경쟁심과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계모에게 투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정신분석과정을 거친 이 사례의 여성은 난잡한 이성 관계,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이 완화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었다.(대상관계 이론과 임상적 정신분석, 오토 F.컨버그, 2003)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었던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물리학, 심리학, 종교적 변증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자연에 부여된 내적 공허에 대한 공포를 매우 훌륭하게 이론화 했다. 그러한 내적 공허는 자신의 중력의 중심을 찾기 위해 심리가 필요로 하는 지지대상(object support)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피부와 옷이 피상적인 통일체를 보장하지만 신체와 사고를 지탱하는 척추가 결여된 용해성의 신체들을 그렸다. 그 그림속의 피부는 고체가 아닌 액화성의 물질들로 채워졌고, 이는 알코올 중독 환자의 신체 이미지에 상응하는 것이다(p168~169).

  

 3)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

  (1) 중간대상

  위니컷은 주관적 대상과 진정한 의미의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단계의 중간대상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흔히 나타나는 중간대상으로는 부드러운 이불(스누피에 나오는 ‘라이너스의 담요’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이나 천 조각이 있다. 이 중간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으로는 아기의 옹알거리는 소리, 반복하는 동작, 외부적 실재에 속한다고 자신이 여기고 있는 자신의 신체 일부 등이 있다. 유아에게 이 중간대상이 중요함은 그 물건 혹은 그 소리가 잠자려고 할 때 하나의 위안물로서 아주 긴요한 역할을 한다든가, 불안하거나 외로울 때 하나의 보호체로서 기능을 한다는데 있다.

  동화 ‘내 사랑 뿌뿌’의 주인공 오웬의 모습 속에서 중간대상이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오웬에게는 아기 때부터 쓰던 뿌뿌라는 노란색 폭신폭신한 담요친구가 있다. 오웬은 늘 담요를 가지고 다니면서 논다. 담요로 얼굴가리기 놀이도 하고 대장놀이를 할 때 망토로 쓰면서 늘 뿌뿌(담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곧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때가 다가오는데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웃 쪽집게 아줌마가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오웬 부모님에게 요술 담요 비법, 식초비법을 가르쳐주었고 자연스레 오웬이 담요를 버릴 수 있도록 해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게 된다. 그럴수록 오웬은 더 뿌뿌에게 집착을 보인다. 결국 엄마는 오웬에게서 담요를 놓게 하지 않고도 그것을 통하여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오웬의 노란색담요 뿌뿌를 여러 장의 작은 뿌뿌 손수건으로 재탄생시킨다. 노란 손수건은 학교에 입학한 오웬에게 꼭 필요한 손수건이 되었다. 이젠 학교에 가도 뿌뿌 손수건과 떨어지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오웬에게는 그의 중간대상 손수건이 안정감을 준다. 오웬도 만족하고 부모님도 만족스러운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 잠자려고 할 때 하나의 위안물로서, 불안하고 외로울 때 보호체로서의 중간대상은 정서적 위안 감을 충분히 만족하게 해 주는 대상물이다. 양육자와의 이른 이별이나 분리불안을 경험한 아동에게 중간대상은 불안과 외로움을 충분히 달래주고 안정시켜주는 보조체이다. 이런 과정을 필요로 하는 아동이 중간대상의 경험이나 부재 가운데 있었다면 성장한 후에 특정한 행위나 물질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2) 발달 과정과 부모의 돌봄

  아기는 충분히 좋은 엄마의 보살핌이란 환경 안에서 성장한다. 아기는 원초의 ‘무통합적 상태(unintegrated state)'로부터 ’구조화된 통합의 상태(structured integration)'로 나아가게 되고, 대상관계를 맺는 능력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외부의 온전한 대상들과 맺는 관계성이 발달하게 된다(Winnicott, 1960/1965j,p.44). 아동은 절대적 의존(absolute dependence)으로부터 상대적 의존(relative dependence)을 거쳐 독립(independence)을 향해 여행을 한다. 그것들은 ‘안아주기(holding)', '엄마와 아기가 함께 살아가기’, 그리고 ‘엄마, 아기, 아빠가 함께 살아가기’이다(Winnicott, 1960/1965j,p.43).)

  피부자아의 담아주는(contenante)기능은 신체 표면 전체를 덮어주고 모든 외부감각 기관들을 포함하는 피부에 상응한다. 이 기능은 우선적으로 어머니의 보살핌(handling)에 의해 행해진다. 심리적 표상으로서의 피부자아는 어머니의 신체와 아이의 신체의 접촉들로부터 생겨날 뿐만 아니라, 아기의 감정과 감각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들로부터도 생겨난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은 몸짓과 음성, 모두를 포괄하는데, 왜냐하면 소리의 싸개는 순환하는 반응들인 촉각의 싸개를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피부자아의 담아주는 기능의 결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형태의 불안을 야기한다. 첫 번째는 확산되고, 영속적이고, 흩어지고, 자리 잡을 수 없고, 동일시 할 수 없고, 가라앉힐 수 없는 욕동의 흥분에서 비롯되는 불안으로, 껍질이 없는 핵으로 구성된 심리적 지형학을 보여준다. 이렇게 껍질이 결여된 경우, 개인은 신체적 고통 혹은 심리적 불안 속에서 대리껍질을 찾으려고 하고,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감싼다. 두 번째는 싸개는 존재하지만 그 연속성이 구멍들에 의해 단절된 경우이다 이것이 여과기의 피부자아(Moi-peau passoire)이다. 사고들과 기억들은 보존되기 힘들고 새어 나간다. 특히 자기(Soi)의 확립에 필요한 공격성이 없이 비어있는 내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p172~173)

  

  <앞에서 제시한 사례 학생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 일로 인하여 사람에 대한 불안의 영역이 확장되고 영속적이어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학교 내에서 동료들, 교사들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을 “마치 바이킹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지러워서 모든 근육은 힘을 주어야 하고, 이렇게 있다가 집에 돌아가면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너무 피곤해요.” 관계에서의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탐색하는 중에 이 학생의 어머니는 평소에 내담자와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으며,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은 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자녀의 만족을 채우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잠을 깨워 주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그런데 아빠가 출장을 가시는 날에는 엄마한테 부탁을 해 놓는다. 그러나 엄마는 등교해야 할 자녀를 깨우지 못한다.  결국 지각하게 되고, 이렇게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엄마가 화가 난다. 교복 안 빨아놓기 등을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어떤 날은 일 년 전에 어머니가 해주시기로 약속한 반찬을 1년 만에 해 주셨는데 좋았다고 이야기 한다.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로부터 수많은 거절 감을 받았으리라는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상담하는 내내 자기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스스로 안타가워 하곤 했다. 때론 바로 전에 있었던 일 조차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변한 사람들에 대한 불안은 학습을 방해하고, 관계를 힘들게 한다. 교내식당에서 아이들과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는 숟가락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긴장의 정도가 심하였다.>

  내담자의 임의 종결이 있기 바로 전 회기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니 조금은 안정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 ‘괜찮아’ 등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불안을 극복하고 있음을 알렸다. 또한 근육긴장 정도가 심할 때는 근육이완 운동을 하므로 스스로 이겨 보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근원을 자각하지 못한 채 불안과 두려움이 반복된다면 좌절과 자학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3. 경계성 장애와 자기애적 성격장애

  1) 경계선 장애

  컨버그는 경계성 성격 조직(borderline personality organization)을 안정적이지만 불안한 형태의 자아 구조를 가진 사람의 특성으로 묘사한다(Kernberg, 1975,p.3).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은 여러 형태이 신경증 및 인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만성적 불안이나 충동억제 결여와 같은 자아 유약성을 보일 수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다양한 신경증 증상을 나타내는데, 비합리적인 공포심이나 강박적이고 강압적인 생각과 느낌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보조적인 자극막이의 역할을 하는 대상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어머니가 아이를 외할머니에게 키우도록 맡기는 경우, 그리고 아이가 자기 의탁으로 돌아갈 필요성이나 가능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외할머니가 양적이고 질적인 완벽함으로 아이를 돌보는 경우 최대화된다. 따라서 약물중독이 자아와 외부 자극들 사이에 안개, 혹은 연기의 방벽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관의 세포막은 출입을 거부하는 이물질과 출입을 허가하는 유사물질 혹은 보완적인 물질을 구별하는 세포의 개체성을 보호한다. 점, 색깔, 질감, 냄새에 의해서 인간의 피부는 상당한 개인적 차이를 나타낸다. 이 차이점들은 자기애 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과 투여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타인을 애정과 애착의 대상으로 구별하게 해 주고, 자기 자신을 개인적인 피부를 가진 한 개인으로서 확산하도록 해 준다. 피부자아는 유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져오는 자기(Soi)의 개별화(individuation)의 기능을 보장해준다. 프로이트(1919)에 의해 기술된 「불안하게 하는 낯섦(inquiétante étrangeté)」에서의 불안은 피부자아의 경계에 대한 느낌의 약화로 인한 자기(Soi)의 개별성에 대한 위협과 연관되어 있다. (p174)


2) 경계선 장애의 발생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상분석가로서 일해 오면서 거의 매일 접한 직업적인 경험으로 오늘날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의 과반수이상이 경계선 장애 혹은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관련된 환자들이다.(p29)

  어원학적으로 신경증과 정신병의 경계선 상에 있는 상태를 가리키고 이러한 고전적인 두 범주에서 가져온 특질들이 결합되는 것이 경계선 장애이다. 이 질병은 경계의 결여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경계선 장애 환자는 심리적 자아와 전체적 자아,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 자기에게 소속된 것과 타인에게 소속된 것 사이의 경계들을 확신하지 못하고, 이러한 경계들이 심한 우울증과 함께 급작스럽게 변동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또한 성감대를 다른 신체부위와 구분하지 못하거나, 기분 좋은 경험들과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혼동하고, 자신이 느끼는 욕동들을 잘 식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욕동의 발현을 욕망이 아닌 폭력으로 느낀다(이것은 강드레 F.Gantheret가 『에로스의 불확실성 Incertitudes d'Ė갠,(1984)』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더불어 약화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리적 싸개로 인해서 자기애적인 상처를 받기 쉽고, 불쾌감이 퍼져나가는 느낌,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느낌, 자시의 신체와 사고가 작용하는 것을 외부에서 보는 듯한 느낌, 자신의 존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아닌 어떤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경계선 장애의 야기와 이로 인한 우려들은 심각한 지경이다. 점점 과도한 야망들을 자라게 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부부관계, 가족, 사회 기관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부추기고, 화학 약물이나 혹은 다른 것들을 통한 인공적인 황홀감 속에서 모든 경계선의 느낌을 삭제하도록 수동적으로 고무하며, 가정의 구성원과 안정감은 점점 더 제한되는 반면, 자녀들에게 심리적 외상(trauma)을 불러일으킬 만큼 과도한 관심으로 대하는-점점 더 외 자녀들이 늘어나기 때문에-부모들의 무의식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사는 문명,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토가 미성숙을 조장하고, 경계선의 심리적 장애들을 급증시키는 것 또한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비관론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원인들을 나열한다면 언제나 빠뜨리지 말고 덧붙여야 할 것이 바로 인류가 그 어디에도 경계를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심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조건에서 가장 긴급한 과업은 경계선을 재구축하고, 한계를 다시 설정하고, 살아갈 만한 영역들을 알아내는 것이다. 즉, 구분을 만드는 동시에 그렇게 구분된 여러 영역들 사이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경계선, 한계선들을 그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p30~31)

  프랭크 워덴(전 동성애자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의 창시자)은 앙지외가 경고하는 경계선장애의 야기에 대한 염려를 대변하는 듯하다.

  “만족감과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나님이 우리의 사람에 만들어 놓으신 모든 요소들이 다 사라져 버린 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삶 안에 들어간 역기능적 요소들이 상호 반응하면서 쓰레기 소각장에 가득 찬 메탄가스처럼 치명적인 소산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치명적인 소산물은 단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하나님이 우리에게 축복하신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과의 단절이다(나는 사랑받고 싶다」브라이어 와이트헤드지음).


 3)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장애의 구조적 차이

  과도기적인 정신병적 요소들과 유사한 퇴행에 직면해 있는 경계선 장애는 회복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종종 회복하기 힘들다. 경계선 장애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신분석 치료에서 혹은 일상적인 삶에서 보조적 자아의 만남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보조적 자아는 환자의 증오로 가득 찬 부분들로부터 비롯된 무의식적인 공격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파괴되거나 혼란스럽게 된 심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도록 지탱해준다. 그러나 보조적 자아는 그의 자기(Soi)에는 낯설게 여겨지는 것이다. 경계선 장애에서 자기(Soi)의 연속성의 느낌은 쉽게 상실된다.(p200)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보다 나중 단계의 발달에 속하는 자기(Soi)의 응집력(cohésion)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자기(Soi)가 충분하게 발달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컨버그는 자기(Soi)가 초기 대상관계를 내면화하는 것으로부터 생겨난다고 본다. 코헛은 자기(Soi)가 자기애의 내적인 변천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여기서 자기(Soi)는 대상관계의 발달과는 다소간 분리된 발달의 방향을 따르게 되고, ≪자기-대상들(Soi-object)≫이라는 특수한 관계의 구조에 의해 발달한다. 이 관계 속에서 자기(Soi)와 대상의 분화는 불충분하게 이루어지고, 그 둘 사이의 관계는 자기애적인 방식으로 투여된다(반면에 대상관계는 리비도적인 방식으로 투여된다). 이러한 장애들은 특히 자기애적인 전이의 두 가지 유형, 즉 거울 전이와 이상화 전이의 인식 덕분에 분석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p201) 

 

 4) 자기애적인 환상 속에서 왜곡된 대상관계

  경계성 성격조직을 보면, 초기의 내면화된 대상관계가 ‘소화되지 못한 채로, 즉 비통합된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이처럼 파편화되거나 소화되지 못한 대상관계는 따로 떨어져 나가 있는 자기의 측면과 흡사하다. 이처럼 자기의 부분들이 서로 분해된 것은 초기의 모순된 감정들을 조절하거나 통합하는 종합 과정이 실패하였기 때문이다(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자기애적인 환상 속에서, 어머니는 자녀와 공통의 피부를 가지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는 자녀에게 그 피부를 주고, 자녀는 의기양양하게 그것을 입는다. 이러한 자애로운 어머니의 선물은(어머니는 자기 자녀에게 삶에서의 보호와 힘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자신의 피부를 벗어준다)유익한 잠재성을 제공한다. 자녀는 자신이 영웅적인 운명에 부름 받았다고 상상한다.(사실상 이는 그러한 운명의 완수로 그를 인도할 수 있다)이러한 이중의 싸개는(어머니의 싸개에 결합된 자신의 싸개)빛나고 이상적인 것이다. 이 싸개는 결코 상처입지 않고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자기애적인 인격을 만들어 낸다. 잔인한 어머니는 단지 자신의 자녀에게 피부를 주는 시늉만 할 뿐이다. 즉, 아동과의 공통의 피부의 환상을 다시 구축하기 위해서 아동으로부터 고통스럽게 그 피부자아를 다시 벗겨내는 것이다. 거기서 의존성이 비롯되고, 사랑은 독립성의 상실과 심리적, 신체적 상처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되찾을 수 있다. 「아동 자폐증과 정신분석」에 소개 된 ‘올리비에 사례’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올리비에 사례와 같이 양육자(올리비에 엄마)의 우울성에서 기인한 무표정도 아동에게 의존과 독립성의 상실을 제공한다고 여겨진다.

  -올리비에 사례-

  올리비에, 19개월. 국립탁아소 측은 올리비에가 자폐적 철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올리비에 부모에게 의사를 만나기를 권했고, 부모는 의사를 만날 정도로 심각한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리비에는 머리를 베개나 땅에 자주 그리고 아주 세게 박았다. 그리고 혼자서 수레, 자전거, 유모차, 등의 바퀴들(둥근 것)만 가지고 놀았다. 올리비에는 혼자 먹지 못했고, 숟가락을 손에 쥐는 것을 거부했으며, 음식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버지는 올리비에가 만 한 살이 되었을 때 음식물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던 일을 기억하고는 이러한 증상이 자기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올리비에를 임신하고 있는 동안에는 매우 행복했었다고 한다. 그 후 올리비에가 국립탁아소에 들어가기 전에 매우 심각할 정도로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나는 올리비에를 창밖으로 던지고 싶을 정도였어요.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 때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있던 올리비에가 일어나더니 어머니에게로 와서 두 팔을 내밀었고, 어머니는 올리비에를 무릎에 앉혔다. 어머니가 한 말의 의미를 올리비에가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매우 특이한 진동, 일종의 스릴이 있었다. 올리비에는 다시 어머니 곁을 떠났다. 어머니는 계속 말했다. “저 애는 정말이지 끔찍해요.” 그녀는 설거지를 할 때 올리비에가 물속에 손을 넣고 배수구를 만진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그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다시금 하던 일을 멈추고 어머니에게로 와서 무릎에 앉았다.

  다음 번 면담에서 치료자는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어머니는 그 장면을 보고 매우 놀랐으며, 자기는 아이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치료자에게로 와서 무릎에 앉았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우울한 감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이 때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살아있는 얼굴이 아니라, 일종의 가면이었다. 치료자는 어머니에게 아이에게 감정을 말하고, 자신이 슬퍼하고 있으며 아이에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에, 치료자는 둥근 물체들과 젖가슴을 연관 지어 보았다. 어머니는 최근에 아이가 어머니의 벗은 가슴을 보고서 매우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출산 후 며칠 동안만 젖을 먹였다. 왜냐하면 아이가 젖을 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의 면담에서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을 건다고 했지만,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고, 자기 일에 완전히 몰두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자기보다는 외할머니에게 더 발 반응하고, 자신을 길러준 사람은 외할머니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자는 첫 번째 면담 이후로 머리를 덜 박는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아동 자폐증과 정신분석」로제 페롱외 p35 )

  심리적 병리가 결핍에 근거한다(자신의 자기애적인 추구에만 너무 집착하는 부모에게서 시선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경우들). 이 경우 아동은 ‘기호 형식'(signifié)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의 자기는 박해적이 되거나 욕동으로 너무 가득하게 된다. 여기서 아동의 자기는 전적으로 욕동에 의해 투자되어 있고, 그 욕동이 일으키는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구조화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결국, 그의 자기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뒤메닐은 ’상징 이전 단계‘(infrasymbolique)인 자폐의 세계를 -그가 ’투과성‘(poreux)자폐증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하는 ’외벽의(a carapace externe) 자폐증이든 ‘내벽의’(a carapace inteme)자폐증이든-자기의 부재라는 관점에서 정의되고 있다(「아동 자폐증과 정신분석」로제 페롱외 p20)

  

- 로이의 사례 -

  로이는 흑인 소년으로 소아정신과 병동에 처음 입원했을 당시 아홉 살이 채 되지 않았었다. 로이를 돌보기로 지정된 아동 관리사들은 아이가 분필, 크레용, 그 외에도 다른 먹을 수 없는 물건들을 계속 먹으려고 했다고 보고했다. (이식증)

  ‘로이가 먹을 수 없는 것들(회반죽가루와 쓰레기)을 먹었을 때 누군가 그를 찾아 왔다. 로이에게 그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알리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로이는 무단결석과 사소한 방화를 저지른 경험이 있었고, 여러 양부모의 집을 들락거렸으며, 다루기 힘든 아이로 보고되었다. 도한 별 이유 없이 폭발적인 분노를 터뜨리고, 양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고 하였다. 로이가 입원하게 된 주 이유는 이식증(pica)이라는 정신과적 섭식장애 때문이었다.

  로이의 임상기록은 아이가 생후 초기부터 부모의 돌봄을 거의 받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시간제 창녀였는데, 로이를 낳은 후 얼마 되지 않아 가족을 떠·났다. 그리고 아버지는 거의 아이 옆에 있지 않았던 만성 알코올 중독자였다. 따라서 아이는 일관성 있는 양육자와의 관계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이들 중에는 모성적 양육이라고 할 만한  어머니다운 양육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로이가 알았던 ‘엄마들’이란 로이의 생모가 떠난 후 아버지가 데리고 왔던 수많은 여자들뿐이었다. 그들 중 어머니 역할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어느 겨울날 굶주린 채 울면서 정신없이 두려워 떨고 있는 세 살 난 아들을 차가운 아파트에 가두어 놓고 그 아버지마저도 떠나버렸다.

아이의 애처로움 울음소리를 듣고 이웃 사람이 경찰을 부른 것은 그 후 3일이 채 못 되어서였다. 경찰들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대, 그들은 부엌 한가운데 앉아서 바닥의 회반죽을 먹고 있는 로이를 발견하였다. 아이는 숟가락으로 벽의 회반죽가루들을 긁었던 것이 분명했다 또한 그 아이 옆에는 반쯤 먹어치운 쓰레기 한 봉지가 있었고, 온 사방에는 음식 부스러기들과 종이들이 널려 있었다.

경찰들과 사회사업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이의 아버지, 어머니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로이는 주의 보호를 받게 되었으며 그 후 6년간 양부모들의 집을 전전하며 보냈다. 몇몇 헌신적인 양부모들의 돌봄에도 불구하고 로이는 매우 다루기 힘든 아이로 판명되었다.

  로이의 미술치료 작품에서 나타난 감정은 부글부글 끓는 분노 뒤에 버려진 감정이 있었다. 어느 날 치료사와 만나기로 한 날 치료사가 치료실에 들어갔을 때 로이는 손을 양옆으로 늘어뜨린 채 벽을 바라보면서 방 한 구석에 서 있었다. 로이는 분필을 하얀 가루로 만들어 그의 온 얼굴에 문질러 바른 상태였다. 그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눈물이 분필을 씻고 내려간 자리에는 검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로이는 자기 부모가 왜 자기를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혼란스럽고 우울해졌다. 로이는 그이 뒤죽박죽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결과 그것은 자신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백인이었고, 그 아이들의 부모는 여전히 그들 곁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대상관계 치료Object Relations Therapy」Sheldon Cashdan. 1988 61~62) 

  로이의 자기 박해 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은 뒤메닐의 ‘심리적 병리가 결핍에 근거한다’ 는 논리에 대해 확신하게 한다.


5) 믿음의 장애들과 경계선 장애

  믿음은 인간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자기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믿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깨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각성상태에 있을 수 없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뿐만 아니라 경계선 장애, 우울증, 몇몇 정신신체 비조직 질환들(즉 심리적으로 담아주는 기능이 빈번하게 혹은 지속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은 이러한 점을 잘 설명해 준다. 위니콧(1969)은 이러한 믿음의 결여를 이해하도록 해 주는 이론적 자료들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심리적 자아는 신체적 자아에 대한 의탁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신체적 자아와의 분열과 차별화에 의해서 발달한다. 인간에게는 통합의 경향이 존재한다. 그것은 ≪정신과 신체의 일체성을 만들어내려는 경향으로서, 마음 혹은 심리, 그리고 정신 기능 정체를 통해 겪은 경험에 기초한 정체성이다≫. 젖먹이의 발달 초기에서부터 잠재된 이러한 경향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강화되거나 거부된다. 따라서 심리는 신체 속으로 들어오고, 위니콧이 자기(Soi)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하는 정신신체의 일체성에서 비롯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 순간에 신생아에게는 자신의 존재의 연속성, 의식화된 정체성, 신체의 자연스러운 기능화에 대한 3중의 믿음이 생겨난다. 삶에서의 최초의 기쁨의 기초가 되는 믿음은 쾌락원칙을 따른다. 그러나 쾌락원칙의 특성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는 불쾌감을 피하려는 경향이 쾌락의 추구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타고난 연약성, 충분하게 지지해주지 못하는 환경, 과도하거나 혹은 누적된 초기 외상들이 바로 그러한 상황을 만든다. 따라서 주체는 기초가 왜곡된 믿음을 가지게 되거나, 그가 처음으로 경험한 기쁨의 전부 혹은 일부를 잃어버리더라도, 신체 부자유, 좌절, 우울의 고통에 대항해서 방어적인 분리를 만들어 낸다. 위니콧에 따르면 성인에게 있어서 정신신체의 분리는 심리와 신체 사이의 초기 분열의 잔재들을 이용하는 퇴행적인 현상이다. 정신신체 환자에게 있어서 심리와 신체의 분열은, 신체와 심리적 삶을 통합하면서 단일화된 인격이 된다는 믿음이 재현하게 될 총체적인 파괴의 위험으로부터 정신신체 환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이 둘 중 하나가 공격받게 된다면, 그 사람의 전체가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열은 다른 한쪽을 보존하기 위해서, 한쪽을 희생시킨다. 만약 처음에 이러한 방어가 치료자의 이해서 충분히 존중된다면, 정신신체 환자는 통합으로의 경향을 자기 속에서 떠오르게 하고 작용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내적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열에 뒤이어서, 믿음이 결여되는 그 자리에 공허의 불안이 자리 잡게 된다.

  

 


4. 치료적 관점

  1) 충분한 허용과 기다림으로 닫힌 마음 열기 

  환자들과의 분석을 통해서 전이 속에서 비스듬하게 기울어지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향하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회복됨에 따라서, 자아와 자기(Soi)의 갑작스런 재편성이 생겨날 수 있었다. 자기애적인 성격장애의 치료는 대개 피부자아의 담아주는 기능의 재구성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경계선 장애의 치료는 피부자아의 지탱기능, 자극막이 기능, 리비도의 재충전 기능의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p219).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히라이 노부요시가 저술한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라는 책에서 발췌한 자신이 치료한 한 자폐증 아이에 대한 사례를 옮겨보고자 한다.

  

 - 한 자폐증 아이 -

  내 안경에 흥미를 느낀 이 아이는 안경을 순식간에 벗기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비싼 안경을 가지고 저렇게 장난을 치다가 혹시 망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라는 조바심에 아이에게 다가가 “이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란다. 잘못해서 깨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위험하단다.”하고 일러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안경을 발로 밟아 부수고 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너무도 놀랐습니다. 밀려오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아이와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자폐증 아이의 이런 행동은 그날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만날 때 마다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고심 끝에 이 아이를 만날 때면 값싼 안경을 끼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이제 나의 마음속에 아이가 내 안경을 가지고 놀아도 상관이 없다 는 ‘허용하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었습니다. 그제야 나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이도 내 안경을 가지고 만지작거린다거나 장난감처럼 갖고 놀긴 해도 이전처럼 부수거나 하는 일을 없었습니다. 놀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한참을 안경을 가지고 논 후에는 그 안경을 다시 내 얼굴에 씌워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아이의 안경놀이를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아이와 나 사이에는 신뢰라라는 마음이 한층 더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그 값싼 안경은 이제 나의 서랍 속에 고이 잠자고 있습니다. 이후 이 자폐증 아이는 적응력이 향상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2) 치료하시는 하나님 

  어린 시절의 성 학대와 자신이 당한 학대에 대해 무관심 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동성애자의 고백을 통하여 치료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자 한다.

  “나는 너무나 상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은 큰 팔로 부드럽게 나를 감싸셨고, 그 분의 안락한 품으로 안아 주셨습니다. 나는 나의 잘못된 믿음에 대해 용서를 구했고 하나님이 이해한다고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또한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의 분노를 표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내놓자 고통이 경감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은 나와 함께 당시의 기억들을 돌아보셨고, 자신이 늘 함께 하셨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나는 또한 그 분이 자신의 피로 내 안에 벌어진 상처를 채우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주님은 이미 일어난 일을 바꾸시는 대신 무너진 곳을 치유하시고 하나님과 나 자신을 보다 친밀하게 사귀지 못하도록 막고 있던 거짓들도 치유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내게 새로운 힘과 자유를 향해 전진하며 과거의 빈 철장으로 다시는 들어가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나는 사랑받고 싶다,」,브라이어 와이트 헤드).


  


Ⅴ 결론

 

1.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의 상실 공포

  모든 다양한 대상관계 공식들 가운데 일치된 하나의 차원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관계를 중요한 역할로 여긴다는 것이다.(대상관계치료, Sheldon Cashdan , 2005)

  로맹가리 혹은 에밀 아지르로 알려진 작가의「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아랍인 소년 모모의 이야기를 통하여 애착관계 결핍의 불안, 두려움, 공포,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한 공허감의 병리를 나누고자 한다.

  아랍인 소년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로자 아줌마에게 맡겨진다. 로자 아줌마는 비만과 노화로 죽음에 다다랐을 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피해 지하실로 숨는다.

  부모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모모에게 로자 아줌마는 유일하게 생존을 의탁하고 있는 애착 대상이다. 모모는 지하실로 몸을 숨기는 로자 아줌마를 도와주고 그녀의 침대 곁에 매트를 깔고 함께 기거한다. 모모가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로자 아줌마는 결국 숨을 거둔 상태다. 모모는 이웃 사람들에게 로자 아줌마가 유대인의 고향땅 이스라엘로 돌아갔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나는 그녀와 벗이 되게 하려고 온갖 양초를 다 켰다. 그녀의 화장품을 갖고 그녀가 좋아하던 모습대로 입술도 칠해주었고 뺨에 연지도 칠해주었고 눈썹도 그려주었다. 가짜 속눈썹도 붙여주려고 했지만 자꾸만 떨어져서 못 붙였다. 그녀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 건 내게 상관없었다. 숨을 안 쉬면 또 그런대로 난 그녀를 사랑했었으니까. 나는 내 우산 인형 아르뜌르(모모가 아끼는 ‘중간대상’이라고 여겨짐)를 쥐고 그녀 옆의 매트 위에 누워서 완전히 죽어버릴 정도로 아파지도록 애썼다. 촛불이 꺼지면 다시 켜놓고, 다시 켜놓고 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녀의 얼굴빛이 회색이나 푸르게 변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화장을 매번 고쳐주었다. 난 그녀 옆의 매트 위에서 잤다 아무도 없는 바깥세상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모모는 그런 상태로 3주일을 보냈고, 네 번이나 바깥에 나가 향수를 사다가 로자 아줌마 몸에 뿌려주었다. 그가 의지했고, 자기를 돌봐 주었던 단 한사람 로자 아줌마와의 이별은 그에게는 두렵기 만한 ‘아무도 없는 바깥세상’이다.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단계의 어린아이일지라도 최초 양육자와의 뜻밖의 이별 또한  이야기 속의 모모와 같이 애착 대상에 대한 마음이 이럴 것이다. 분리불안에 대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 질식할 것만 같은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앙지외는 “점점 과도한 야망들을 자라게 하고, 화학 약물이나 혹은 다른 것들을 통한 인공적인 황홀감 속에서 모든 경계선의 느낌을 삭제하도록 수동적으로 고무하며, 가정의 구성원과 안정감은 점점 더 제한되는 반면, 자녀들에게 심리적 외상(trauma)을 불러일으킬 만큼 과도한 관심으로 대하는-점점 더 외 자녀들이 늘어나기 때문에-부모들의 무의식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사는 문명”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의 삶 속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고, 병리적인 증상이 심각하여지는 경계선 장애와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함을 강조하고 있다.

  

 2. 상처 입은 치유자로부터의 부르심

  어린 시절 양육자에 대한 대상관계의 결핍은 상처 입은 치유자로부터의 회복이 필요하다.

   ‘데이빗 A. 씨맨즈’는 자신의 가치와 귀중함에 대한 인식을 하나님께로부터 계속 공급 받으며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거짓된 영상에 의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나님께서 깊이 사랑하심과 높이 가치를 부여하심과 세심하게 계획하신 존재인 것을 알아갈 때 버림받은 상실감은 회복할 수 있다고 희망한다(「상한 감정의 치유」,데이빗 A. 씨맨즈).

  인류가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개발하고 가꾸는 이기적인 문명의 발달은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위반하고 있음에 다름이 없다. 이를 회복할 방법은 하나님의 강권한 개입하심과 하나님의 방법 앞에 인류가 겸손하여 하나님의 세우심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멈춤이다.


  피부자아를 학습하면서 그동안 면담했던 내담자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과의 면담 중에서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 왜곡된 자아상들이 분명 느껴졌고, 그러나 그것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짐이 되어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때론 그들이 겪은 상처가 너무 커서 무의식의 작은 입구로는 나오지 못하는 고통 앞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종결을 해 버림으로 인해 그들의 삶에 치료자로부터의 상처를 하나 더 얹어 준 듯한 우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에서 직접 경험했던 조카의 자폐증상과 그 치료과정은 피부자아이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모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거절당하는 것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보았다. (즉시 안아주지 않음으로 인해, 안아주기 전에 행해야 하는 의식이 있었다.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등) 즉시 수용 받지 못한 거절당함의 상처가 반복되자 마음을 닫아 버림으로 자신의 아픔을 부모에게 돌려주려 했던 당시 3살의 상처받은 아이.

  이전에 잘 행하던 모든 행동이 퇴행했고, 자폐아동의 특징인 한 가지 행동을 반복적으로 했으며 모방행동을 전혀 하지 않아 어느 것도 학습하지 못하였다. 직장을 다니던 아이의 엄마가 퇴직하여 아이와 함께 놀이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았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적으로 노력했으며, 무지했던 양육방법을 바꾸고 아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기다려주는 과정을 통하여 5년 동안의 길고 긴 아픔의 여정을 극복하고 지금은 건강한 초등6년의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관계 속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어린 자녀들의 양육자들을 만난다. 어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 다정한 목소리의 칭찬과 긍정의 한마디에 인색하다. 또한 아이들의 양육자들에게 어린아이에게 피부접촉으로의 관계형성과 따뜻한 보살핌에 대해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과도함과 방임이 부르는 잘못된 자아형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지한 양육 방법으로 인해 존귀하게 빚으신 토기장이의 질그릇이 깨지고 잘못 형상지어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함이다. 이 땅에 하나님의 창조물로 빚어진 아름다운 토기들이 각자의 분량대로 맡겨진 사명들을 잘 감당하여 그들로 인한 아름다운 화음의 찬양이 올려 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피부자아 Le Moi-peau」디디에 앙지외 지음, 권정아ㆍ안석 옮김, 1995. 인간희극


「아동자폐증과 정신분석」로제 페롱외 지음, 권정아 ㆍ안석 옮김, 2007,

                         한국심리치료연구소


「나는 그림으로 생각 한다」템플 그랜딘 지음, 홍한별 옮김 2005, 양철북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Michael St.Clair 지음, 안석모 옮김, 2009, 시그마프레스


「대상관계이론과 임상적 정신분석」오토 F.컨버그 지음 이재훈ㆍ양은주 옮김, 2003

                        한국심리치료연구소


「대상관계치료Object Relations Therapy 」Sheldon Cashdan 지음, 이영희 옮김, 2005

                        학지사


「나는 사랑받고 싶다」 브라이어 와이트헤드 지음, 이혜진 옮김, 2007, 웰스프링


「상한 감정의 치유」 데이빗 A. 씨맨즈 지음, 송헌복 옮김, 1996, 두란노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2003, 문학동네


「내사랑 뿌뿌」(동화) 케빈 헹크스 지음, 이경혜 옮김, 1996, 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