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학의 자료들
우연한 사고를 제외하면 피부병은 스트레스나 감정의 격변과 자기애적인 균열과 자아의 부적절한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피부병의 긁으려는 충동은 더 이상 자신의 피부를 내버려 둘 수 없는 증상으로까지 변화시킨다. 이런 충동이 리비도 발달의 신체적 고통을 성적인 쾌감과 결부시키고, 초자아에서 비롯되는 처벌의 욕구를 완화하기 위해서 도덕적 수치심까지도 결부시키게 된다. 그러나 ‘모방질환’1)에서는 피부가 고의적으로 손상되고 악화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행위가 이차적인 이득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적인 것이 아닌 1차적인 이득은 치료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장애로 지배 욕동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는 의존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에 반응하여 일어난 무의식적인 공격성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애착 욕동이 향했던 최초의 대상이자, 그에게 좌절을 안겨주었고, 복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들을 재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의존적이 되도록 만들려고 시도한다. 모방질환자는 애착 욕동의 병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연약한 피부자아를 가진 그들은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안과, 너무 가까이 있을 때의 박해받을 것이라는 불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망설인다.
피부병에 대한 정신신체적인 접근은 위와 같은 발견들이 보편적인 타당성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양증(搔痒症,피부가려움증)은 자기에 대한 관심, 피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가족으로부터 부드럽고, 따스하고, 확고하고, 안심시켜주는 접촉, 특히 의미 있는 접촉을 할 수 없었던 피부였다. 여기서의 가려움은 사랑하는 대상에 의해 이해받고 싶어 하는 가려움(욕망)이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해서 긁음으로써 생기는 신체증상은 표면에 나타난 고통과 꾹 참고 있는 분노와 함께 과거의 좌절을 되살아나게 한다. 이러한 정신적 자극은 상처 이후에 생겨나는 상처 입은 신체 부위에 대한 성애화(érotisation)로서, 고통과 증오를 견뎌내고 불쾌감을 쾌감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홍반(紅斑, 불은반점)이 불안의 근원이 되는 것은 자신의 피부가 물리적 침투와 심리적 침입을 허용하는 연약한 싸개로서 타인에게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피부습진은 완전한 의존 상태인 유아기로의 퇴행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심리적 와해의 불안이 신체로 전환되는 것과 절대적인 지지를 제공하는 보조적 자아를 향한 절망스런 무언의 외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두 살 이하 아동의 피부습진은 어머니와의 다정한 신체접촉이 부족하다는 표시이며 어머니가 자녀를 애정으로 감싸는데 실패했다는 암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대해 스피츠(1965)는 주저했다. 《아동은 피부질환이라는 반응을 통해서 어머니에게 자기를 보다 자주 만져 달라고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어머니가 주기를 거부했던 신체영역에서의 자극을 피부질환을 통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려는 자기애적인 분리의 양상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점에 대해 알 수 없다.》
나 또한 1950년대 최초의 임상 수련을 하던 이래로 스피츠와 같은 망설임 속에 머물러 있다. 아주 이른 유년기에 어머니의 넘치는 피부자극으로 인한 혜택과 고통을 동시에 받은 환자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피부질환이 있다면, 어머니 피부와의 접촉이 부족함으로써 나타난 결과 혹은 흔적들을 반영하는 다른 질환들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두 경우 모두에서 무의식에 관련된 문제는 다음과 같은 만지는 것에 대한 최초의 금지에 집중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포옹과 어루만짐의 결핍은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유아의 심리에 있어서 자신의 몸을 타인의 몸에 붙이는 것에 대한 금기가 과도하고, 너무 이르고, 폭력적으로 적용된 무의식적인 경험이 된다. 반면 아직 거의 형성되지 않은 아동의 자극막이(pare-excitation)의 한계를 넘어선 어머니의 과도한 피부자극은 신체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심리장치가 그것에 속해 있는 심리의 싸개를 구성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만지는 것의 금지를 어머니가 위반했을 경우 무의식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전체적인 임상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가설은 지금으로서는 《심층적인 피부 손상은 심층적인 심리적 상처에 비례한다.》1)
출처 : <피부자아> 디디에 앙지외 / 권정아 . 안석 옮김 인간희극 출판
'교육 상담 > 상담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버 섹스에 점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주목. (0) | 2010.03.25 |
---|---|
가족상담의 기본개념. (0) | 2010.03.22 |
융의 4단계 아니마 (0) | 2010.02.21 |
'융 중년을 말하다' (0) | 2010.02.21 |
교류분석 -Transactional analysis (0) | 2010.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