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돌
류시화
슬픔은 주머니 속 깊이 넣어 둔 뾰족한 돌멩이와 같다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당신은 이따금 그것을 꺼내 보게 될 것이다
비록 자신이 원치 않을 때라도
때론 그것이 너무 무거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힘든 때는
가까운 친구에게 잠시 맡기기도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머니에서
그 돌멩이를 꺼내는 것이 더 쉬워지리라
전처럼 무겁지도 않으리라.
이제 당신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까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당신은 돌멩이를 꺼내 보고 놀라게 되리라
그것이 더이 이상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손길과 눈으로
그 모서리가 둥글어졌을 테니까
상담자로서 정신분석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를 바로 진단하고 생애 내내 상처를 주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꺼내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류시화님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에 실린 '슬픔의 돌'을 만났다.
그건 어쩌면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치부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꺼내어 낯선 사람에게까지 보여줄 수 있을 때..
그 슬픔의 돌은 내가 부끄러워 하고 감추고 싶어했던 숨기고 싶은 뒷면이 아니라 내가 보듬고 가야 할
내가 사랑해야 할 나였음을 알게 되리라. 온전한 사랑을 받게 된 모서리는 이제 뾰족해질 이유가 없으리라.
내가 사랑해야 할 '슬픔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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